해질 무렵, 책을 내려놓고 삽을 쥐고 텃밭으로 향하는 이들이 있다. 본교 출판부 건물 앞 황무지였던 작은 공간을 텃밭으로 만들어 소소한 농작물을 키우는 희망토마을 사람들과 스펙과 취직의 길이 아닌, 농부로서 인생을 개척하는 20대 농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캠퍼스 안의 작은 마을 ‘희망토마을’
 희망토마을은 ‘자연과 소통하고 농사의 소중함을 깨닫자’를 모토로 본교 대구캠퍼스 출판부 앞에 위치한 텃밭을 가꾸며 자연과 소통하고 농사의 가치를 알아가는 배움 공동체다. 이들은 대구지역 도시농부들의 모임, 자기텃밭자랑콘테스트, 파머스마켓, 수확물나누기 등의 행사를 통해 텃밭 기르기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진다. 이 마을을 구상한 희망토마을의 ‘이장’ 서종효(자연대 생명공학 06) 씨는 평소 농업에 관심이 많아 복수전공으로 농업경제학부를 택했다. 그는 농업관련 책을 읽으며 도시농업을 알게 됐고 이것을 본교에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기획서를 만들어 본부에 제안 했더니 굉장히 호의적이었다”며 “이후 본교 창조캠퍼스 공모전에 ‘희망토 사업’을 지원해 텃밭 가꾸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작년 8월부터 시작한 희망토 사업은 주말농장에서 하고 있는 개인경작 방식을 차용해 밭을 한 이랑씩 분양하는 형태로 시작했다.
 이번에 희망토 2기는 대학원생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학부생으로 참가자를 제한했다. 또한 개인경작이 아닌 모집인원 15명이 함께 밭을 가꾸는 공동경작 방식을 채택했다. 당시 지원했던 김연지(공대 환경공학 10) 씨는 “아파트에 살다보니 직접 작물을 재배할 기회가 없었다. 학교에서 ‘농부체험’을 하는 것이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았다”고 지원동기를 밝혔다. 서 씨는 “학생들이 농업에 관심 있는지 몰랐는데 ‘20대가 농업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구나’ 하고 느꼈다”고 전했다.
 이들은 직접 농사도 지으며 세미나와 개인적으로 직접공부한 것을 희망토 사업에 적용해보기도 하고 캠퍼스에서 텃밭을 가꾸는 타대학생들과 만나 정보를 교환한다. 또한 공공기관, 보육시설 등지의 건물 옥상에 텃밭을 조성하는 것을 돕고 학생들을 가르친다.

 

“단순히 농사를 짓는 것보다 ‘어떻게’ 짓느냐가 관건”
 서 씨는 농업이 ‘사양산업’이라고 불리는 것에 “과학기술의 발달과 농업환경이 괴리될수록 위험부담이 생기는 것 같다”고 생각을 전했다. 이어 그는 “고령인구가 많은 농촌에서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농사를 답습하면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며 “개발된 기술과 방법을 도입해 도전하는 20대 귀농자들이 농촌의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희망토 사업에 참여하는 서민성(공대 기계공학 06) 씨는 “과학적 발전을 환경에 접목시켜 우리세대가 농업의 발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요즘처럼 산업과 정보기술이 중시되고 있는 때 사회의 기본산업인 농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시생활에 젖은 당신, ‘불편함’을 즐겨라
최근 언론에 억대부농이 적지 않게 비춰지면서 농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라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귀농 후 실패한 이들도 상당수이기에 아직까지는 농업이 초보자에게 진입 장벽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서 씨는 “도시인들은 귀농하기 이전에 이미 도시의 편한 생활에 너무 젖어있다”며 “힘들지만 가장 필요한 것이 생활패턴을 변화하는 것”이라고 귀농실패의 이유를 들었다. 이어 그는 “‘made in 외국 또는 타생산지’가 아닌 ‘made in 우리집’의 농산물을 직접 만든다는 것에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고 그만큼 책임감과 관심을 가진다면 불편함도 잊을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희망토 사업에 참여하는 김정호(IT대 전자공학 06) 씨는 “대구에 사니까 농사를 접해볼 기회가 없었다”며 “초등학교 때 나팔꽃 키우던 게 고작이었는데 씨 뿌리는 것부터 수확까지 내손으로 하니 보람차다”고 밝혔다. 처음 희망토 사업에 참여한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힘들게 뭐 그런 거 하냐’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텃밭을 가꾸는 그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다음 모집은 언제냐’고 그를 부러워한다고 한다. 김 씨는 “텃밭 가꾸기를 하고부터 날씨에 민감해진 것 같다”며 “평소엔 뉴스 중에서도 연예나 스포츠에만 관심을 가졌는데 날씨로 시작해서 농경문제, FTA까지 관심분야가 넓어졌다”고 텃밭 가꾸기 이후 그의 즐거운 변화를 전했다.

 

▲본교 출판부 앞 텃밭에서 희망토마을 학생들이 잡초를 뽑고 있다

 

20대, 농업에도 길이 있다
 희망토마을을 전 세계에 짓는 것이 꿈이라는 서 씨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 택하고 있는 안정된 수입이 보장된 길이 있지만 좀 더 고심하면 힘들지만 새로운 길이 있다”며 “관심을 가지고 계속 알아갈수록 도전할 일이 보인다”고 고정관념을 버리고 관심을 가지면 농업에도 길이 있다고 주장했다.
 20대 농부인 박인수(26) 씨는 영주시 풍기읍에서 4년째 인삼과 사과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농업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농촌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부족하기도 하고, 농사짓는 게 직장생활 하는 것보다 나아 이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힘들어도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보다 자기 일을 하는 게 장점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영식(28) 씨는 영주시 풍기읍에서 1년 반째 인삼과 관련한 농사를 하고 있다. 농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취직할 생각이 별로 없었고 매출도 괜찮은 것 같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20대 농부로써 힘든 점으로는 일을 통해 만나는 대부분이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라 소통이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이장은(농생대 농업경제 07) 씨는 2006년부터 농산물 유통에 관심이 많아 사과 인터넷 판매에 힘썼다. “농사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통과정도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는 농사짓는 사람과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시스템이 잘 안돼 있어 유통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고 말했다.
이에 농촌진흥청 도시농업연구팀 문지혜 씨는 “과열된 도시화현상으로 농촌과 함께 농업이 등한시 됐지만 온라인 상의 접근성 증가로 젊은이들의 관심이 증가한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문 씨는 “원시적인 것이 농업은 아니다. 농업이나 귀농에 관심을 가지는 20대들이 과학기술 개발을 농업에 접목시킬 수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밭을 고르는 학생들의 모습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