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사회대 12학번 A씨는 수업 시간과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뚜렷한 사용 목적이 있다기보다 습관적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손이 스마트폰으로 가 있다. 주로 카카오톡(이하 카톡)과 같은 메신저 기능과 페이스북을 포함한 SNS(Social Network Service) 기능을 이용하고 스마트폰에 설치된 게임도 즐긴다. 때로는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기사를 보기도 한다. 친구들을 만날 때도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보고, 친구들은 “너는 나랑 얘기하니 아니면 스마트폰이랑 얘기하니?”라며 핀잔을 준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까지 이르자 A씨는 스마트폰 중독의 심각성을 느끼고, 최대한 사용을 자제하려 노력하고 있다. 친구들에게 자신이 다른 사람과 대화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사진을 찍어 보내면 커피 한 잔 사겠다고 공언한 것이 그 노력의 일환이다. 

한국인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스마트폰’

휴대폰 리서치 전문기관인 마케팅인사이트(대표 김진국)에서 9월 27일부터 10월 20일까지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53%로 약 2천 4백만 대(지난 1월 기준)가 보급됐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엄나래 책임연구원은 한국이 특히나 스마트폰 보급이 빨랐던 이유로 인터넷을 언제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망, 즉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었다는 기술적 요인과 유행에 민감한 문화적 요인 두 가지를 꼽았다. 

스마트폰은 사용자가 절제력 있게 다양한 기능들을 일상생활에서 활용하면 편리한 기능적 ‘도구’가 된다. 하지만 반대로 절제력이 상실될 경우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을 시 불안감을 느끼며,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게 되는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게 된다.  

대학생 절반, “스마트폰 없으면 불안해”

지난 해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파인드잡과 공동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전국 대학생 남녀 1천 8백 96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스마트폰 이용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학생 절반(48.3%)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다고 응답했으며, 자신이 스마트폰에 중독됐다고 생각하는 대학생들도 37.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대가 심각하게 스마트폰에 중독됐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본교생의 스마트폰 중독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본지는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터넷중독대응센터에서 개발한 ‘S-척도’를 활용해 본교생 2백 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없다고 느끼는 ‘일반 사용자군’에는 2백 8명(약 78%)이 응답했다. 이 군에 속한 사람들은 심리적 문제나 성격적 특성, 대인관계에서 특이한 문제를 보이지 않았으며, 자기 행동을 관리하는 집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필요 이상으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고 집착을 하게 되는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에는 41명(약 15%)이 응답했다. 이 군에 속한 사람들은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학업에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리적 불안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또 다분히 계획적이지 못하고 자기 조절에 어려움을 보이며 자신감도 낮다. 

17명(약 6%)은 스마트폰 중독 경향성이 매우 높아 관련 기관의 전문적 지원과 도움이 요청되는 ‘고위험 사용자군’에 해당됐다. 이 군의 사람들은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장애를 보이며 내성 및 금단 현상이 나타난다. 또 심리적인 불안감 및 대인관계의 곤란함, 우울한 기분을 자주 느끼며, 성격적으로는 자기 조절에 심각한 어려움을 보이고 무계획적인 충동성도 높은 편이다. 

왜 20대는 스마트폰에 중독됐나?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인간관계’를 재설계하고자 하는 20대의 태도를 꼽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스마트폰 성인 사용자 3백 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관련 앱 사용이 이 2백 13명(64.5%)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SNS의 주 기능인 온라인 상에서 인맥을 새롭게 쌓거나, 기존 인맥과의 관계를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20대의 인간관계에 SNS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지인(간호대 간호 12) 씨는 “평소에도 친구들과 대화를 빨리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김지호(사회대 심리) 교수는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등을 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관계를 유지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직접적 만남의 관계 유지의 필연성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정서적인 불안감도 ‘스마트폰 중독’의 원인이다. 손성화(의학전문대학원 4년차) 씨는 “대부분 정서적으로 결핍된 사람들이 스마트폰 중독을 비롯해 술, 게임 중독 등에 취약하다”며 “더욱이 스마트폰의 경우 술이나 담배에 비해 규제가 더 적다보니 더 쉽게 중독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경우 구직, 학업, 인간관계, 사회 부적응, 가족 갈등 등을 비롯한 각종 현실의 문제들을 직면할 때 사이버 공간으로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엄나래 책임연구원은 지적했다. 불안감과 더불어 사회에서 뒤지지 않으려는 심리가 이런 식으로 표출되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본지 페이스북에 게시된 ‘시험 기간, 나 이런 짓까지 해봤다!’라는 질문에 한 학생은 “시험기간, 원래 없던 폰 중독이 생긴다”며 “특히 페이스북, 5분에 한 번씩 입장”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엄 책임연구원은 “특히 대학생들이 시험기간에 학업에 대한 어려움을 회피하고자 스마트폰을 찾는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뛰어난’ 기능도 중독을 유인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통화 기능뿐 아니라 인터넷 기능까지 갖춘 스마트폰은 지극히 개인화된 단말기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태은(인문대 영어영문 11) 씨는 “컴퓨터를 켜야하는 번거로움 없이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필요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보니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휴대가 용이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스마트폰은 ‘자투리 시간 때우기’에 최적화된 기계다.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틈’을 조심해야 한다.  

     

SNS, 댓글 확인 계속한다면 중독 의심해봐야

지난해 케이블 채널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서 ‘스마트폰 노예녀’ 김민경(23) 씨가 등장해 스마트폰에 중독된 모습을 보여줬다. 김 씨는 스마트폰 때문에 회사에서 일을 제대로 못해 해고당하고 길을 걸을 때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해 유리문에 부딪혀 코에 금이 간 적도 있다고 해 MC들을 놀라게 했다. 김 씨의 사례가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 같지만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자각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면 이는 결코 먼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 예로 습관적으로 최신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방금 전에 SNS를 확인했는데도 금방 또 댓글이 있지 않을까 궁금한가?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으면 불안한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 등으로 인해 피로를 느끼는가? 라는 질문에 대부분 ‘그렇다’라고 응답한다면, 당신은 ‘정보 피로 증후군’에 속한다. 이 또한 ‘스마트폰 중독’과 관련 있는 한 증상으로서 전문가들은 이 증상이 정신적·육체적인 스트레스와 겹칠 경우 분별능력 마비, 불안감, 자기 회의감 증가, 책임전가 등의 형태로 악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엄 책임연구원은 “스마트폰 중독의 핵심 증상은 불안과 짜증이 증가하는 금단 현상이 있는가이다”라며 “또한 스마트폰을 끊임없이 사용하면서 생긴 내성 때문에 동일한 만족을 느끼기 위해서는 사용 시간이 더 늘어야하고 자극 강도가 심해져야해 이로 인한 일상생활의 장애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상태에 대한 인지가 우선돼야 한다. 인지를 한 후에는 상태에 적합한 적절한 대책을 찾아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엄 책임연구원은 “처음에는 스마트폰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정보를 찾고 개인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들을 SNS 등을 통해 풀어내면서 사이버 공간에서의 활동을 시작한다”며 “하지만 이러한 고민의 대부분은 사이버 공간에서 본질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다”고 주장했다. 손성화 씨는 “자신의 주변에 대한 돈독한 관계 형성을 통해 카카오톡, SNS 사용을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생활에서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중독을 벗어나기 위한 대책도 있다. 엄 책임연구원이 제안하는 대책 중 하나는 자기 전에 스마트폰으로 알림기능을 설정하지 말라는 것! 알람을 위해 스마트폰을 옆에 두게 되면 잠에서 잠깐 깰 때 스마트폰으로 서핑하게 되고, 보다 보면 시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흘러가 버린다는 주장이다. 또 불필요한 앱을 주기적으로 정리한다거나 알림 기능을 무음으로 설정하는 것 또는 인터넷중독대응센터(☎ 1599-0075)에 상담 전화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엄 책임연구원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긴 것이 중요하다기보다 스마트폰 중독이 방황의 증거가 될 수 있으니 자신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 하는지 폭넓고 심층적으로 그 원인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스마트폰에 무관심해지면서 스마트폰을 기능적 수단으로 여기는 자세를 가질 것을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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