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과 직업이 있다. 그중에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 음악을 만드는 사람, 옷을 만드는 사람 등은 종종 봐왔지만 향을 만드는 사람은 생소하다. ‘향 만드는 사람’의세계는 과연 어떠할까?●

 

“샤넬 N0.5 몇 방울”
1954년 미국의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가 ‘밤에는 무엇을 입고 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던진 한 마디다. 5천 년 전 인류 초기의 향수는 신과의 교감을 위한 종교적 의식의 수단이었다. 향기가 좋은 나무를 태우거나 몸에 바를 향나무 잎으로 즙을 내던 사람이 인류 최초의 조향사라 할 수 있다. 5천 년이 지난 지금 향수는 패션 아이템, 명품, 예술품이 됐다. 21세기형 조향사, 국내 최초 프린랜서 조향사 정미순 원장(갈리마드 퍼퓸)을 만나봤다.

 

향수와의 첫 만남
정 원장은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 화장대에 있는 샤넬 NO.5의 향이 좋아 그 향기를 맡다가 바닥에 쏟아버렸다. 그때의 기억이 정 원장이 가진 향수에 대한 ‘첫 느낌’이다. 이후 고등학교 1학년 때 에스티로더 여사의 전기를 읽고 조향사를 꿈꾸게 됐다. 당시 한국에는 ‘향수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조향과가 없었다. 정 원장은 대신 화학 전공을 선택했고 졸업 후 프랑스 합작회사인 지금의 이수화학에서 3년간 근무했다. 향기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그녀를 일본 유학의 길로 인도했다. 일본의 조향 전문 학원에서 3년간 향수 공부를 하면서 한국에도 체계적인 조향 교육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향사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귀국한 그녀는 한국의 ‘조향 학도’들에게 전문적인 조향 교육을 하기 위해 서울 역삼동에 학원을 차렸다. 조향사가 되려는 이들뿐만 아니라 취미로 조향을 배우러 오는 사람도 꽤 많다. 20대 대학생들이 주를 이루는 정 대표의 학원에서는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갖가지 향기들이 섞여 새로운 향을 만들어낸다. 정 원장은 “지금 학생들의 경우 조향사에 대해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라며 “향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상당히 포괄적이고 넓기 때문에 화장품, 향료, 향수회사 등에서 일하고자 한다면 향이라는 기초 지식을 갖고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조향사의 목표는 ‘향’
조향사에게 ‘향’은 다루는 소재이자 목표이다. 정 원장은 “향이라는 게 새로운 작품의 개념이 될 수도 있고, 소재의 개념이 될 수도 있다”며 “조향사는 향을 통해서 자신이 가진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며 이런 점에서 조향사와 예술가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조향사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향을 묘사해왔다. 정 원장은 향을 인격화하여 향과 대화를 하기도 하고 우울할 때는 향으로부터 위로를 받기도 한다. 정 원장에게 향은 마치 친구와 같은 존재라고 한다. 

‘향’을 찾는 사람들
정 원장은 향수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를 큰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정신적 위안을 삼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 꼽았다. 그녀는 “현대인들이 필요로 하는 정신적인 여유로움을 향이 줄 수 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수에도 유행이 있다. 여성스러움이 묻어나는 가볍고 부드러운 향을 선호하던 시기를 지나 지난해부터는 자연이 갖고 있는 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 원장도 개인적으로 자연의 향이 주는 역동적인 느낌이 좋아 브랜드의 향수보다 자연의 향을 즐긴다고 한다. 그녀는 20대 대학생들에게는 ‘콜론’을 추천했다. 너무 무겁지 않아 가볍게 향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고 무엇보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에게 적합한 가격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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