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핫이슈>

1. 고리원전 사고은폐 사전모의

2. 한·미 FTA 발효시작
3. 서울 핵 안보 정상회의 D-7
4. 새누리당 공천위 후보 '부실검증' 논란
5. 검찰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착수한다

지난달 9일 정전 사고를 일으킨 고리 원전 1호기의 비상 발전기가 아직도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어. 서울 핵 안보 정상회의를 일주일 남짓 앞두고, 고리원전 사고를 은폐하려는 간부들이 사전에 모의한 것이 밝혀져 더욱 논란이 일고 있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15일 ‘고리1호기 블랙아웃은 비상발전기 밸브에 들어간 이물질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이 비상디젤발전기는 35년 된 것으로 사실 상 수명이 다한 상태였다고 해. 한수원은 지난 2007년 고리 1호기의 수명을 연장할 당시에도 ‘싹 교체했다’고 홍보했지만 비상디젤발전기는 ‘성능에 문제가 없다’며 교체하지 않았던 거지.
당시 발전 소장이었던 문병위 한수원 위기관리실장은 이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내가 (보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정전 사고 직후 발전소장 등 현장 간부들이 회의를 열어 사고 사실을 은폐하기로 모의했다고 밝혔어.
 나는 이것을 보고 갑자기 영화 ‘범죄와의 전쟁’이 떠오르더라. 당시 대부분의 세관이 도모했던 비리가 밝혀지는 것을 꺼렸던 관계자들은 사건조사 전날 ‘부양할 가족이 가장 적은 사람이 누군가’를 물으며 최민식(극중 최익현)을 유일한 비리 세관자로 내세우자고 사전에 입을 맞추지. 최민식은 당시 윗선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고 죄를 뒤집어쓰는 대신 그만한 보상을 보장받고 ‘사즉생(死卽生)’의 길을 택하잖아. 문 실장 또한 다를 바가 있었을까. 아무리 이날 간부회의에서 문 실장이 사고은폐를 처음 제안했다고 해도 주변사람들이 ‘그건 아니다’라고 했다면 사건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거야. 모두가 YES할 때 혼자 NO라고 하진 않았을 거란 말이지.
 이 사건에 주의가 기울여지는 이유는 현재 대한민국에 ‘원자력’은 아주 예민한 사항이기 때문이야. 일본 원전사태가 1주년을 맞으며 원전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다시 떠올랐어. 여기다 원전 정전사태까지 발생해 국민들의 불안이 더없이 커지고 있는 지금 하필 ‘세계 핵 안보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야할 책임자는 얼마나 애가 탈까. 나는 ‘범죄와의 전쟁’이 ‘정부와의 전쟁’이 아니었길 바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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