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은 ‘인도(人道)’,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길은 ‘차도(車道)’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물고기가 지나다니는 길은? 바로 ‘어도(魚道)’다.

어도란, 강의 물줄기를 막는 댐이나 보가 있어도 물고기들이 자유로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만든 길을 말한다. 본교의 ‘어도시설물 연구센터’는 22년간 어도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곳이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까지 4개의 관련특허를 취득하는 등의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어도시설물 연구센터장 이영재 교수(과학대 토목공학)는 “현재 우리나라의 하천·댐 등에 설치된 약 1천 2백여 개의 어도 대부분이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도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교수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든 댐과 보가 특정 물고기를 멸종시키면 생태계 사슬이 흔들릴 수 있다”며 “어도가 제대로 된 기능을 가져야 수상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다”고 어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산천어, 은어 등 회기성 어종은 6월과 10월 즈음에 산란을 위해 강 상류로 이동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7~8월에 연중 강우량의 4~50%가 집중돼, 나머지 달은 비가 적게 내린다. 때문에 6월과 10월은 강수량이 적은 갈수기라, 강 수위가 기존 어도보다 낮아져서 어도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어도시설물 연구센터는 ‘갈수형 다기능 어도’를 개발했다. 이 어도는 기존 어도 밑에 지하 원형 통로를 설치해 갈수기 때도 물고기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어도의 또 다른 장점은 홍수나 폭우로 쓸려 내려오는 돌과 나뭇가지 등의 퇴적물을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점이다. 기존 어도는 퇴적물 방지시설이 없다. 때문에 어도에 쌓인 퇴적물이 물고기가 이동할 통로를 막아 기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갈수형 다기능 어도는 퇴적물을 3단계에 걸쳐 걸러내기 때문에 어도의 수명이 반영구적이다.

또한 어도시설물 연구센터는 세계최초로 ‘우회 수로형 어도’와 ‘댐 전용 어도’를 개발했다.

우회 수로형 어도는 보나 댐에 직접적으로 어도를 설치하지 않고, 보의 옆에 자연 생태계를 재현한 수로를 만든 것을 말한다. 이 어도는 친환경적인 자연형태라서 환경을 크게 훼손하지 않을뿐더러, 생태공원을 조성할 수 있어 관광지 및 생태 학습장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댐 전용 어도는 댐 상류부터 하류까지 거대한 물탱크 같은 격벽을 계단식으로 여러개 설치하여 물고기의 왕래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어도는 댐의 높이 차에서 발생하는 수압의 차이를 물탱크 같은 격벽으로 해결해, 물고기가 급격한 수압의 변화에 견딜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관람통로를 설치할 수 있어 교육적 측면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계에 있는 라인강에는 프랑스에서 지은 세계최고시설의 감스하임 어도가 있다. 이 어도는 현재 과학 학습의 장과 세계적 관광명소가 되어, 환경 선진국 프랑스의 자존심으로 여겨진다. 이 교수는 “감스하임 어도 같은 친환경 어도기술을 개발해 특허 수출과 기술자 파견 등 국가경쟁력 제고에 일조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에 있는 1천 2백여 개의 잘못 설계된 어도를 점진적으로 고쳐 나가면서 생태계 보전에 일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이 교수는“댐 어도의 경우 4백억 이상이 들어가는 만큼 규모가 큰 사업”이라며 “학생들이 관심만 있다면 연구나 건축 등 관련 분야의 진출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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