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이명박 대통령이 점퍼를 입고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원)에 나타났어. 아무런 예고 없이 방문한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굳어 있었어. 부산저축은행의 불법인출과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금감원을 질타하기 위해서였지. 이 대통령의 분노가 대단히 컸다는 것을 알았을까? 국무총리실에서는 오는 9일에 금감원 개혁을 위한 민관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기로 했는데, 불법인출 사실을 알고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던 금감원이 이 대통령의 분노 이후에 일사분란하게 대응하고 있어. 대통령이 가자마자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여.

이 대통령은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을 보여줬어. 항상 중요한 순간의 스포트라이트는 대통령 몫이었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만 보더라도 원래 한국 컨소시움이 프랑스보다 입찰가격이 낮았기에 충분히 유리했지만 마치 이 대통령의 넓은 인맥과 노력 덕분에 낙찰된 것처럼 포장 됐어. UAE 파병까지 있었으니 UAE에서도 도저히 원전수주를 마다할 수는 없었을 거야. 이 대통령은 ‘아덴만의 여명’ 작전 때도 아주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했지. 부대원들에게 ‘소말리아 해적들이 한국말을 모르니 우리말로 이야기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군인들이 우리나라 포로를 구하는데 영어를 썼을까?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 ‘제로니모 E-KIA’ 작전의 진행을 지켜보는 사진 속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이 새삼 주목받고 있어. 사진을 보면 그는 작전 지휘관에게 상석을 내주고 옆에 쪼그려 앉아 있어. 오바마 대통령은 작전이 성공하자 먼저 부시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사실을 알리고 그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고 해. 게다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이후 처음으로 찾은 9·11 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를 찾아서 침묵 속에서 헌화만 했어. 누구나 이런 역사적인 순간을 자신의 공적으로 돌리고 싶었을 텐데….

우리의 대통령 ‘가카’라면 어땠을까? 아마 작전 성공 즉시 바로 TV 연설을 통해서 먼저 언론에 알리지 않았을까? ‘아덴만의 여명’ 작전 당시에 국방부 소속 기자들이 먼저 작전 성공을 보도하려고 했지만 이 대통령의 긴급 국민담화 때문에 계속 보도가 미뤄졌어. 작전성공의 영광을 대통령에게 너무 노골적으로 돌리려다 보니 생긴 해프닝이었지.

이 대통령은 매번 선거에서 패배했을 때 마다 자신은 아무 관련 없다며 한나라당의 무능함을 질책했어. 하지만 국민들은 표를 찍으면서 안상수 전 대표의 ‘보온 상수’와 ‘자연산’ 논란을 먼저 생각했을까? 대통령의 4대강 삽질을 먼저 생각했을까? 오바마 대통령의 겸손함이 왜 우리 ‘가카’에겐 없는지, 아쉬울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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