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네티즌인 나를 흥분시킨 사건이 터졌다. 바로 문화대통령 서태지와 네티즌들의 끈질길 수사에도 과거사진 한 장 건질 수 없어 외계인설까지 난무했던 배우 이지아가 14년 전에 결혼했을 뿐 아니라, 현재는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것. 흥분이 돼서 미칠 것 같았다. 잉여돋는 네티즌이었던 나는 미친 듯이 그들의 기사를 클릭했고, 그 동안 베일에 쌓여있었던 이지아의 과거를 캐내는 데 열중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게 뒤가 구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왜지? 왜일까? 서태지-이지아의 이혼스캔들이 왜 지금 이 시점에 터진거지?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젠 서태지-이지아의 기사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리고 어느새 마우스를 움켜진 내 손은 자연스레 포털사이트 뉴스탭 중에서 사회/정치탭을 클릭하고 있었다.

어? 근데 이게 뭐지? BBK사건을 둘러싸고 검찰이 시사IN과 주진우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는 기사가 보였다. 아니, 어떻게 판결을 내리는 순간 서태지와 이지아의 이혼 소송 기사가 터진거지? 법무법인 바른? 이건 또 뭐야. 이혼 소송에서 이지아 변호를 맡고 있는 것도, MB 도곡동 땅 사건의 변호인도, BBK사건 때 MB의 손을 들어준 판사도 전부다 ‘법무법인 바른’이잖아?

어? 근데 이건 뭐야? BBK가 문제가 아니라 금산분리법이 문제라고? 금산분리법이 뭔데? 기업이 금융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법이라고, 그게 뭐 어쨌는데? 정부에서 이걸 완화하려고 한다고? 우리나라 대기업과 금융을 외국 자본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아래? 금산분리법이 폐지되면 어떻게 되는거길래? 은행을 사금고화한 대기업은 국민들이 저축한 예금을 가지고 비자금도 만들고, 자금난 생기면 은행 돈도 마구 땡겨쓸 수 있다고? 헐, 그럼 완전 우리만 물먹는거잖아! 그럼 은행까지 대기업에 종속되면 우리나라는 정말 대기업만 잘 사는 나라 되는거 아냐? 국민들 피는 쪽쪽 다 빨아먹고, 국민이야 가난에 허덕이다 죽던말던?

아니, 아니지. 이것도 다 아무것도 모르는 네티즌들이 제기한 ‘음모론’아니야? 나도 네티즌이라서 잘 알거든. 네티즌들의 습성을 말야. 아무것도 아닌걸로 꼬투리 잡고, 음모론 제기하고. 아무리 MB정부가 국민보기를 돌같이 한다지만, 그래도 나라를 통째로 대기업에 팔아넘기는 짓거리까지 하겠어? 그래, 그런걸거야. 나는 이런 음모론따위 집어치우고 다시 서태지-이지아 사건이나 어떻게 됐는지 봐야겠다. 대한민국 네티즌에게 사회이슈란 사치지, 그저 연예인 문제에서 파묻혀 있는 게 옳아. 암, 그렇지. 그렇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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