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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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종편·보도 채널 선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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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산 해운대구에 살고 있는 우신골든스위트 오피스텔입니다. 네 맞습니다. 지난달 초 대형화재로 전국을 깜짝 놀라게 했던 그 당사자지요. 저는 황금패널의 화려한 외관과 해운대에 있는 고층건물이라는 점만으로도 그간 충분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죠. 이번에는 화마를 입게 돼 가장 초라한 모습으로 대한민국을 들썩거리게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4층에서 난 불은 순식간에 37층 머리 위까지 번져 하마터면 저는 대한민국에서 불운한 빌딩으로 두고두고 남을 뻔 했습니다. 사건이 터진 직후 화재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했지만 결국 ‘인재’로 밝혀졌더군요. 4층 남자 탈의실 출입문 바깥 바닥에 놓여있던 ‘문어발식’ 콘센트가 전기 스파크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그 탈의실은 저를 청소하던 미화원들이 사용하던 곳인데, 결국 화재 책임은 청소 미화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습니다. 사실 각종 배관이 지나가는 층으로 사용됐던 4층은 2006년에 불법으로 재활용품 분류 작업장과 청소 미화원 탈의실로 증축돼 용도가 변경된 것이지요. 저는 명색이 대형 오피스텔임에도 설계 당시 제 몸을 깨끗이 닦아주는 청소 미화원들을 위한 쉴 공간조차 마련해주지 못했습니다. 물론 증축된 불법 휴게실 또한 옷을 겨우 갈아입을 정도로 좁디좁아 ‘무늬만’ 휴게실이었지요. 한 층당 1백88평이 넘고, 총 38개층을 청소하는 미화원들을 위한 휴식 공간은 고작 ‘7평’이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276조 1항에는 ‘사업주는 근로자들이 신체적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고 명시돼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도 정부는 솜방망이 처벌만 하기 때문에 청소 미화원들에게는 이런 법조항조차 휴지조각입니다. 청소 미화원들의 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환경에 대해서는 사업주도 정부도 모두 침묵합니다. 불법 휴게실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청소 미화원들은 사법처리를 받게 됐습니다. 그들에게 죄가 있다면 ‘사람이 쉴 수 없는 곳’에서 쉬라는 사용자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한 것이겠지요. 그들이 해고를 각오하고서라도 쉴 공간을 요구하는 게 마땅한 건지는 모르겠네요.

주변에 사는 제 고층빌딩 친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청소 노동자들이 화장실이나 변변치 못한 작업실에서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고 있겠지요. 만약 설계 당시부터 그들을 위한 휴게실을 마련해줬다면, 그리고 안전하게 쉴 수 있도록 관리를 해 줬더라면 흔히 ‘좀 산다는 사람들이 사는’ 오피스텔로서 청소 미화원들을 볼 면목은 있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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