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부터 120여 일간 치열하게 진행된 검찰과 한명숙 전 총리의 법정 다툼은 마침내 한 전 총리의 1심 승리로 마무리됐어. 치열했던 이 다툼은 지난 해 9월 검찰의 ‘대한 통운 비자금 수사’에서부터 비롯됐어. 당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거액의 자금을 정치권에 뿌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검찰이 곽 전 사장을 비롯한 몇몇만을  구속기소하면서 사건은 종결했어.

하지만 얼마안가 검찰은 다시 곽 전 사장을 압박 수사한 끝에 “총리 공관에서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건냈다”는 진술을 확보하지. 한 전 총리는 도덕성을 내세우고 정치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방에 정치인생이 ‘쫑’날수 있는 상황이었어.

하지만 한 전 총리는 묘하게 당당했어. 자신을 정조준한 채 공격해오는 검찰을 상대로 전혀 위축되지도 않았지. 오히려 “세상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며 검찰에 강경한 대응을 펼쳤어. 거기다 검찰이 ‘한 전 총리가 골프채를 선물받았다’며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을 악의적으로 언론에 흘렸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기까지 했어. 반면 검찰은 곽 전 사장이 진술을 번복하고 핵심 증인들이 잇따라 법정에서 검찰 진술과 다른 증언을 하면서 ‘기소’를 유지할 명분조차 흔들리게 됐지.

결국 당시 검찰이 사상 처음으로 총리 공관에서 현장 검증까지 했지만, 결국 한 전 총리의 승리로 끝난 이 사건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 봐야 할까? ‘기소’란 형사소송법상 검사가 공소, 즉 법원에 형사재판을 제기하는 것을 말해. 검찰은 한 전 총리를 제대로 된 수사 없이 곽 전 사장의 진술만을 가지고 기소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벌였어. 이번 사건처럼 진술만 있고 물증이 없는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는 뇌물 공여자의 진술이야. 뇌물로 제공된 금품의 출처와 돈을 주고받은 상황에 대한 진술이 구체적이어야 유죄로 판단될 수 있어. 하지만 곽 전 사장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함으로써 법원은 이례적으로 공소장 변경을 요구하기도 했어. 검찰에 있어선 ‘수모’라고도 할 수 있지.

어쨌거나 아무리 현 정권 아래서 ‘충직한’ 검찰들이라지만 다음부턴 기소가 뭔지는 알고서 충실한 내용으로 기소했으면 좋겠네. 요샌 고딩들도 수업시간에 배워서 기소가 뭔지는 안다니깐 말야.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