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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는 이름처럼 늘 푸른가?

뉴스관리자 기자  2015.11.23 12: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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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 가면서 학내 대부분 나무들은 잎을 떨궈내고 겨우살이 준비에 들어간다. 반면에 계절을 아랑곳 하지 않고 늘 푸른 잎을 달고 있는 나무들도 있다. 이처럼 나무는 크게 낙엽수와 상록수로 나눌 수 있다. 낙엽수는 봄에 새싹이 돋아 잎을 완전히 펼칠 때까지 우리에게 하루하루 다른 느낌을 선사하고 여름을 거쳐 가을에 들면서는 자그마한 온도 변화에도 옷 색깔을 바꿔가는 멋쟁이들이다. 반면에 상록수는 어느 계절에 만나도 항상 수수한 그 모습 그대로다. 변함없는 꿋꿋한 의지를 상징하는 상록수는 우리가 보는 그대로 언제나 푸른 잎만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삼라만상은 없다. 상록수라고 하여 한 번 만들어진 잎이 평생 그대로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상록수 잎도 단풍이 들어 낙엽이 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보통의 낙엽수처럼 일 년을 주기로 가을날 동시에 단풍이 들지 않으므로 우리가 잘 알아채지 못할 따름이다. 나무 종류에 따라 몇 년 주기로 일부의 잎을 남겨둔 채 단풍이 들어 잎갈이를 한다.
공자의《논어》에 ‘세한송백(歲寒松柏)’이란 말이 있다. ‘겨울을 지나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에서 보는 것처럼 변함없는 푸름을 알 수 있다’는 뜻으로 임금님에게 항상 충성하고 지조를 굽히지 않음을 뜻한다. 하지만 소나무와 측백나무도 단풍이 들므로 엄밀하게 따지면 공자님도 잘못 보신 것이다. 소나무의 경우 2~3년에 한 번씩 잎갈이를 한다. 새로 돋은 1~2년차 젊은 잎을 놔둔 채 오래된 잎만 갈색의 단풍이 든다. 같은 침엽수라도 주목이나 전나무는 소나무보다는 잎이 더 오래가며 4~5년 주기로 단풍이 든다. 비자나무는 우리나라 상록침엽수 중에 가장 잎이 오래 간다. 6~7년이나 되어야 단풍이 들며 때로는 10년을 넘기기도 한다. 같은 상록수라도 나무 종류에 따라 잎의 수명이 왜 다른 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잎이 젊을수록 광합성 효율이 높고, 오래된 잎일수록 광합성 효율이 낮은 경향이 있다. 젊은 잎으로 효과적이고 집중적으로 광합성을 하고 끝낼 것인지 아니면 기간을 늘려 잡고 조금씩이라도 오랫동안 광합성을 할 것인지는 나무 종류마다 조상이 정해준 유전자 설계에 따른다. 물론 광합성 효율만을 따진다면 가능한 짧은 기간 안에 새잎으로 바꿔주는 것이 좋다. 그러나 나무는 새잎으로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 엄청난 체력을 소모해야 한다.
상록수라면 대체로 바늘잎나무지만 넓은잎나무도 여럿 있다. 흔히 만나는 사철나무는 봄에 새잎이 나면서 묵은 잎이 거의 동시에 떨어져 버린다. 그러나 사계절 조금씩 단풍이 드는 나무도 많다. 대표적으로 제주도 남부 해안을 따라 주로 자라는 담팔수(膽八樹)는 일 년 내내 고운 단풍을 볼 수 있는 나무로 유명하다. 어느 계절에 찾아가도 단풍잎 한두 개는 꼭 만날 수 있다. 제주도 관광가이드는 여덟 잎 중에 하나는 항상 단풍이 든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설명한다. 담팔수의 명확한 어원을 찾을 수 없는 지금, 재미있는 이런 설명을 그대로 믿고 싶다. 담팔수는 항상 몇 개씩의 선명한 주홍색 단풍을 달고 있으며, 세어보면 대체로 일곱 여덟에 하나 정도라고 해도 무리가 없어서다.
낙엽수로 살지 상록수로 살지, 나무는 자신의 의지대로 결정할 수 없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와 주어진 환경에 맞춰갈 뿐이다.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능력과 이를 개발하고 가꿔줄 환경이 그 사람의 삶의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다만 나무가 그러하듯 우리는 최선을 다할 따름이다.


박상진 명예교수